작성일 : 05-12-03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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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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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산장지기
 조회 : 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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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서해의 해안에 유빙의 그늘아래서
파랗게 이가시린 조개들이
아침마다 섬 가장자리에서 숨을 떨구고
먹빛 갯벌은 말없이 침묵하고
갈메기들만 한없이 슬프게 울었다.
폐선의 이물에 잠기어
표시되지 않는 그리움의 끝에
섬은 붉게 화장을 하고
이미 추억이 되어버린
만선에 깃발들이 퇴색한체
해풍에 숨을 헐떡거리고
과거의 저 안개넘어로
무성했던 소문과
파시의 잔해들만이
파도에 씻기우는 초라한 선창가
어둠이 내리고
도회의 야경을 밝히는 불빛들이
희미하게 하나둘씩 켜지는 동안
섬 한가운데
캄캄하게 쓰러져가는 오두막의 그늘 아래서
새 생명의 탯줄을 자르는
나이어린 산모가
고개를 떨군체 가슴속의 비밀하나를 감추고
그 손 등으로 떨어져 흉터가 되는 눈물 한방울
오래전에 말없이 떠난 님은
오늘도
돌아오지않고
빈 바다만 어둠에 잠기어 출렁거린다
짧은 겨울의 길목에서
이따금씩 들리는 시시한 사연의 여백처럼
새로운 바다를 경험하기위해
외출을 서두르지만
그 알수없는 행동은
그저
충혈된 눈으로
불면의 저 끝으로 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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